'에너지에 농락당한 땅' 후쿠시마에서 살아가는 하청 노동자들을 만나다

"후쿠시마 하청노동 일지" 출간

정해국 | 입력 : 2019/04/16 [12:08]

▲ '후쿠시마 하청노동 일지'     © 운영자

 

'두번째테제'에서 "후쿠시마 하청노동 일지"를 출간했다. 이 책은 도쿄 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30년간 일한 후 정년퇴직한 저자가 하청 노동자가 되어 후쿠시마 사고 제염 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적은 노동 일지이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핵발전소 건설 지역을 검토할 때 몇 가지 사항을 전제한다. 첫째 도심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곳, 둘째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이 많은 곳, 셋째 배움이 짧고 정보 접근능력이 떨어지는 지역민이 많은 곳을 찾는다.

후타바군에 후쿠시마핵발전소 1호기가 유치 방침이 발표된 1960년 후타바군은 지역을 기반으로하는 고용 창출 산업이 없었다. 후타바군의 자치단체와 도쿄전력은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다른 공장 등도 유치되어 지역 경제가 발전할 것이라고 주민들을 회유했다. 

고리마을에 핵발전소 건설 방침이 발표된 1969년 기장군은 후타바군과 같이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었다. 한전이 도쿄전력보다 악질적이었던 것은 주민들에게 제대로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전은 고리마을 주민들에게 전기공장 하나가 들어온다고 말하며, 전기공장의 유치가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회유 또는 협박했다.

 

2011311일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그 여파로 일어난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는 아름다운 자연으로 유명했던 후쿠시마 지역을 방사능으로 오염된, 누구도 살 수 없는 땅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고 복구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후쿠시마로 향한 저자는 원전 복구 현장의 가장 밑바닥 제염 하청 노동자가 되었다. 위험의 외주화, 중간 착취, 주먹구구식 운영, 하청 노동자를 부속으로 취급하는 일 등 저자는 후쿠시마에서 환경 문제와 노동, 인권 문제가 뒤섞인 하청노동의 현실을 직접 체험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마을의 제염 작업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폐로 작업을 노동자의 눈으로 생생하게 전한다. 단순히 환경오염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노동과 인권 문제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복구 현장에 얽혀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후쿠시마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제염, 폐로 작업을 하면서 후쿠시마를 고향으로 여기게 된 노동자들의 실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보면서, 현실을 은폐하고 얼버무리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그 아래 무수한 원·하청 회사들이 저지르는 행태들과 이들의 노동자 착취, 기본권 침해, 무책임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핵발전소의 유치 때부터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제한과 왜곡은 폭발사고 이후에도 지속되었으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정보의 제한과 왜곡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제일 약자인 하청노동자와 어린이들에게 집중된다.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재앙의 최전선-노동자와 아이들의 방사선 위험 및 인권 침해" 보고서에서 현장의 제염 하청 노동자와 아이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와 이를 수습하는 과정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두번째테제'에서 나온 "아스팔트를 뚫고 피어난 꽃"과 더불어 환경문제가 자본주의와 어떻게 연계되는지 그리고 현재의 대형 발전소를 중심으로한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의 밑바탕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자본주의의 탐욕이다. 두 책은 환경문제, 에너지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경제시스템의 출현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나오미 클라인은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자본주의 대 기후"에서 "지금 우리의 경제시스템은 지구 시스템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경제는 인간을 비롯한 지구 상의 수많은 생명체들과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지구 기후의 파멸을 피하기 위한 대원칙은 인류의 자원 이용 억제이며, 경제모델의 파멸을 피하기 위한 대원칙은 규제 없는 성장이다. 이 두 가지 원칙 가운데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경제의 무한한 팽창이다. 게다가 그것은 자연법칙에도 위배되는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초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는 날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미세먼지의 발생요인 중 중국이 몇 %, 국내요인이 몇 %냐로 설왕설래한다. 하지만 '두번째테제'에서 펴낸 두 권의 책 "아스팔트를 뚫고 피어난 꽃"과 신간 "후쿠시마 하청노동 일지"는 미세먼지의 발생지역이 문제가 아니라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경제시스템의 문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과 같은 경제시스템을 택하고 있는 한국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난다면, 한국은 과연 일본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일상화된 위험의 외주화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현국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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